책 제목부터가 마음에 들었다. 시골에서 태어나 지방대학교를 졸업하고 지금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나에게 “이리 와봐 위로해 줄게……” 라고 말하는 듯 했다. 꿈에 그리던 취업과 서울 생활을 시작했다는 기쁨도 잠시, 회식에 야근, 사내정치, 실적, 고과 등에 시달려 말 그대로 ‘시들어’ 가고 있었다.
우연히 아는 누나 부탁으로 알게 된 ‘불안과 경쟁 없는 이곳에서’는 자연농 이라는 독특하지만 어떻게 보면 당연한 방법으로 농사를 짖는 사람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무언가 도시생활, 회사생활로 지친, 위로를 기대했던 나는 ‘웬 농사책이지?’ 했지만, 단순히 농사책 이상의 인생책이라고 손 꼽을 수 있는 책이었다.
‘불안과 경쟁 없는 이곳에서’ 가 말하는 자연농은 기존의 농사법과는 180도 다른 방식으로 농사를 짓는 방법을 말한다. 땅도 갈지 않고, 잡초나 해충을 잡기 위해 농약이나 비료를 절대 사용하지않는, 말 그대로 자연 그대로 농사를 짖는 방법을 말한다. 벌레가 생겨도 그대로 둔다. 벌레가 농작물을 먹는다고 해서 1년 농사를 전부 망치는 것도 아니고, 그 벌레가 농작물을 먹고 그대로 그 논, 밭에 배설을 하고, 그 논, 밭에서 죽어 그대로 거름이 된다. 잡초도 마찬가지다. 잡초가 없으면, 농작물이 잘 자란다. 하지만, 잡초를 뿌리째 뽑아 없애버리는 것이 아닌, 잘라내서 그 자리에 그대로 둔다. 그 논, 밭에서 나고 자란 잡초는 다시 그 논, 밭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신토불이’ 우리몸엔 우리껀데 남에 것을 왜 찾느냐~ 하는 노래가 떠올랐다. 우리 몸에 우리 땅에서 나고 자란 음식이 가장 좋다는 말처럼, 농사를 짖는데도 다른 곳에서 만들어온 비료나 영양소 보다 그 논, 밭에서 나고 자란 자연의 것 그대로 두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일본에서 시작된 자연농은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많지는 않지만 여러 나라로 그 이념이 퍼져 나갔고 우리나라에서도 자연농이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고 한다. 자연을 이기려 들지 않고, 자연에 순응해서 자연이 주는 만큼만, 자연 안에서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책에 소개된 자연농사꾼(?) 들로부터 해탈한 스님과도 같이 편안하고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자연농에 대한 이야기를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 보면 크게 2가지 반응이 있다.
돈 못 벌겠네 VS 편하겠다
잠시만 생각해 보면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사업을 하던 모든 사람들은 불안과 경쟁에 둘러싸여 있다. 그 원인이 바로 욕심, 즉 돈 욕심일 것이다. 돈 욕심이 없다면 당연히 불안과 경쟁도 크게 필요하지 않다. 필요한 만큼만 벌면 불안과 경쟁이라는 스트레스는 없다
.
그렇다고 막상 편하지도 않는다. 책을 보면 알겠지만, 일반농사 못지 않게 많은 노동이 필요하다. 하지만, 자연 그대로에서 오는 즐거움이 있다고 한다.
흔히 ‘버는 만큼 쓴다’, ‘주는 만큼 시킨다’ 라는 말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많이 주니까 많이 일해야 되고, 많이 일을 해도 성과를 내지 못하면 안되기 때문에 우리는 불안과 경쟁에 둘러싸여 있는게 아닐까? 버는 만큼 쓰고, 주는 만큼 시키면, 불안과 경쟁이라는 스트레스 없는 것이 더 좋은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티비, 인터넷, 뉴스에서 하도 많이 들어 이제는 귀가 따가울 지경인 일자리 문제를 생각하면, 불안과 경쟁이라는 대가로 월급을 받으며 회사생활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회사가 나를 평생 책임져주지 못한다. 빠르면 40 초, 중반에도 밀려 나가는 것이 현실이다.
자연농은 자연이 주는 범위 내에서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농사 방법이자 삶의 자세이다.
진급과 실적을 위해 경쟁해야 하고 불안해야 하는 우리 같은 회사원들에게 꿈 같은 현실이 실제로 존재 한다는 것이 참 신기했다.
“와 좋다! 나도 자연농 해야지!” 하지 못하는 현실이지만, 보다 여유로운 마음을 갖고, 욕심을 조금만 버리려고 한다. 물론 그로 인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이렇게 불안과 경쟁을 조금이라도 줄이면, 자살율1위, 헬조선 이라는 말이 사라지는 건강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자연농의 궁극적인 목적도 건강한 지구를 만들고자 하니, 자연농에 뛰어들지 못하는 나는 건강한 사회를 위해 움직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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